2009년 5월,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 위기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 격동의 시기,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SU) 졸업식 연단에 섰습니다. 그의 연설은 단순한 축사를 넘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대적 통찰과 울림으로 가득 찬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이 연설이 어떻게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강력한 설득력을 가졌는지, 특히 그가 제시한 'Body of Work(평생의 업적)'라는 개념과 위기 극복 과정에 초점을 맞춰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논란을 유머로: 명예 학위 소동과 오바마의 재치
연설을 둘러싼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ASU가 오바마 대통령을 연설자로 초청하면서도, 관례적인 명예 박사 학위는 수여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대학 측의 초기 해명은 "그의 업적(Body of Work)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이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결례로 비춰지며 전국적인 논란과 조롱을 낳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껄끄러운 상황을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정면 돌파합니다. 연설 서두에서 그는 이 논란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NCAA 브래킷에서 선 데블스(ASU 팀 애칭)보다 다른 팀을 다시는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겁니다. 크로우 총장님과 이사회는 곧 국세청(IRS) 감사를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겁니다."
청중의 폭소를 자아낸 이 농담은 명예 학위 논란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가볍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의 연설 핵심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직 충분히 성취하지 못했다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받아들이러 왔다"고 겸허히 말하며, '직함'이 아닌 '삶의 과정'으로서의 성공, 즉 'Body of Work'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Body of Work' 해독하기: 물질주의를 넘어선 성공의 정의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성공 공식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큰 돈, 높은 지위, 화려한 외형만을 좇는 태도는 "야망의 빈곤(a poverty of ambition)"이며, 실체보다 외형을, 인격보다 유명세를, 지속적인 성취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Body of Work'는 단순히 '경력'이나 '업적 목록'이 아닙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함축합니다.
1. 과정 중심적이고 누적적인 개념:
단 한 번의 성공이나 실패가 아닌, 평생에 걸쳐 매일의 노동과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가는 유산.
2. 타인 지향성과 기여의 가치:
성공의 목표를 '나'에게서 '타인'과 '공동체'로 확장하여, 그들의 필요에 부응하고 희망을 높이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것. 아프리카 장애인을 위한 의료기기를 만든 학생의 "그들을 위해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말을 인용하며 기여의 동기를 강조합니다.
3. 직함과 외형을 초월하는 본질:
은행 잔고나 직위, 명성이 아니라, 타인을 아끼고 그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사람으로서 인정받는 가치.
4. 결코 끝나지 않는 평생의 여정:
실패와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며, 업적 쌓기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토머스 페인, 줄리아 차일드, 커널 샌더스 등 늦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인물들의 예를 듭니다.
시대적 배경: 2009년, 위기의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Body of Work'를 강조한 배경에는 당시 미국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2009년 초 그가 취임했을 때,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대침체(Great Recession)'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GDP는 급락하고 실업률은 치솟았으며 금융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러한 위기의 원인으로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에서 비롯된 탐욕과 무책임", "분수에 넘치는 지출과 어려운 선택 회피"를 지목하며, 국가적으로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여 근면, 혁신과 같은 본질을 잊었다고 성찰했습니다. 이는 그가 비판한 '나만을 위한' 성공 추구의 폐해가 개인을 넘어 국가적 위기로 이어졌음을 시사합니다.
위기 극복의 리더십: 정책과 평가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 미국 회복 및 재투자법 (ARRA, 2009): 취임 직후 약 8천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세금 감면, 실업 수당 연장, 인프라 투자 등을 집행하여 급격한 경기 추락을 막았습니다. 이는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가 부채를 늘렸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 자동차 산업 구제 (2009): 파산 직전의 GM과 크라이슬러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여 산업 붕괴를 막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지켜냈습니다. 투입된 공적 자금 대부분은 회수되었습니다.
-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2010):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 감독 강화 및 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포괄적인 규제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 오바마 임기 동안 1,500만 개 이상의 민간 부문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10%에 육박했던 실업률은 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4, 사용자 이전 질의 기반]. GDP 성장률도 플러스로 전환되었고, 금융 시장은 안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회복 과정은 더디었고 비판도 따랐습니다. GDP 성장률은 평균 1.6% 수준에 머물러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린 회복이라는 평가도 있으며, 경기 회복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 당신의 'Body of Work'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ASU 연설은 단순히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을 넘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가치관의 전환을 촉구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명예 학위 논란을 재치있게 활용하여 '직함'이 아닌 '평생의 업적'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경제 위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물질주의적 성공의 허무함을 지적하며 '기여'와 '과정' 중심의 'Body of Work' 개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습니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펼쳤던 경제 위기 극복 노력은 연설에서 제시된 이상과 현실 정치 사이의 고뇌를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새로운 토대 구축'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의 연설과 맥을 같이 합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신은 어떤 'Body of Work'를 쌓아가고 있습니까? 당신의 성공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을 잡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출처: 오바마 백악관 기록보관소(The Obama White House Archives), ASU 연설문 및 관련 기록
https://youtube.com/shorts/uQMyVGbtIOA?si=BBlZuVqcKkxB7M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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