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해 125%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면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졌다",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항복했다"라는 반응이 많이 보이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항복이라기보다 전략적 후퇴에 가깝다고 봅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관세 면제는 자국 경제에 필수적인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 접근으로 보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트럼프와의 대화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전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측은 "대화가 없었다"며 "혼란을 야기하지 말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공개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미국 측에서도 일부 기술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했고, 중국 내에서는 이를 "미국의 또 다른 후퇴"로 해석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웨이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또 후퇴했다"는 문구가 두 번째로 인기 있는 검색어가 되기도 했죠.
경제 전문가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무역전쟁에서 "트럼프가 먼저 눈을 깜빡였다(양보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피터 나바로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사이의 충돌이 거의 매일 공개적으로 벌어지는 등 내부 갈등이 있는 상황입니다.
관세 면제의 실체와 의미
중국의 이번 관세 면제 조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항복이 아닌 전략적 선택임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면제 대상 품목들은 대부분 중국이 단기간에 자체 생산하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 제품들입니다.
반도체 분야
중국은 8가지 유형의 집적회로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지만, 메모리 칩은 여전히 관세 대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이는 중국이 자체 생산 능력이 있는 분야와 없는 분야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 기업 차이징(Caijing)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4월 10일부터 24일 사이에 납부된 관세에 대해 환급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2024년 1분기에만 중국은 117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했으며, 이는 중국이 여전히 미국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항공 부품 분야
사프란(Safran) CEO 올리비에 안드리에스는 "중국이 엔진, 나셀, 착륙 장치 등의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는 중국 항공사들이 보유한 보잉 항공기 운항에 필수적인 부품들입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보잉 항공기 신규 구매를 중단했지만, 기존 항공기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은 계속 수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항공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항공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의료 장비 분야
중국은 GE 헬스케어 등이 생산하는 MRI, CT 스캐너, 초음파 기기 등 첨단 의료 장비에 대한 관세도 면제 검토 중입니다. 중국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이러한 첨단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자국 대체품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미국 의료기기산업협회(AdvaMed)는 "의료 기술에 대한 관세는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양국 모두 의료 분야 관세 면제를 지지해왔습니다.
중국 경제의 현실과 도전
중국의 이러한 선택적 관세 면제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적 도전을 반영합니다. 최근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 청년 실업률 증가, 소비 위축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GDP 성장률은 4.7%로, 정부 목표인 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모든 미국산 제품에 125% 관세를 유지할 경우 중국 GDP가 약 0.3~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여전히 "기술 자립"을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해온 "쌍순환" 전략(내수와 수출의 균형)도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용적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관세 면제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미국의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논조의 기사를 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양국의 복잡한 게임
솔직히 말해서, 이번 사태는 승자와 패자를 단순하게 가릴 수 없는 복잡한 상황입니다. 중국이 일부 관세를 면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항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양국 모두 자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중국은 "전시 체제"로 전환하여 정부 관료들에게 휴가 취소와 24시간 대기를 지시했으며, 미국은 내부 갈등 속에서도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등 양측 모두 강경함과 유연함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관세 면제 조치를 "조용히" 진행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발표 없이 기업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측에서도 트럼프는 "중국이 곧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 제품과 일부 산업용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가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기업들의 압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무역전쟁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얼마나 덜 손해를 보느냐의 게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국 모두 자국 경제의 취약점을 보호하면서 상대방에게는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 "중국이 졌다" 또는 "미국이 졌다"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관세 면제는 중국의 항복이 아닌, 장기전을 위한 전략적 조정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전략적 조정과 타협은 계속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