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벌어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하버드 대학교의 정면충돌 소식을 접하면서,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 미국의 근본적인 가치와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느낍니다. 마치 절대 권력을 휘두르려는 듯한 트럼프의 모습과 이에 맞서는 학문의 전당 하버드의 저항은 미국 사회의 깊은 균열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합니다.
권력 앞세운 트럼프, 흔들리는 민주주의 원칙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시위 이후 대학 내 반유대주의 문제를 명분으로 하버드에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요구 사항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대학의 운영, 입학, 교직원 채용, 심지어 학문 연구 분야까지 통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는 명백히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율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하버드의 앨런 가버 총장이 "어떤 정부도 사립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하며, 어떤 연구 분야를 추구할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행태가 트럼프의 전반적인 통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행정부의 권한을 극대화하려는 '단일 행정부 이론(unitary executive theory)'을 강하게 주장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권리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나라를 구하는 자는 어떤 법도 어기지 않는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법과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반민주적 행동과 헌법 경시 태도를 알면서도 지지하는 것은 그의 권위주의적 성향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거나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버드의 저항,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가 요구를 거부하자 22억 달러(약 3조 원)가 넘는 연방 연구 지원금을 동결하고, 추가적인 자금 지원 중단과 면세 지위 박탈까지 위협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버드는 500억 달러(약 70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체 기금을 바탕으로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금력만 믿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388년 역사를 가진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적 사명을 지키려는 결단으로 보입니다.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 총장이 이번 사태를 "매카시즘의 10배, 100배 확대판"에 비유하며 자유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한 것은 이러한 맥락일 것입니다. 하버드의 저항은 단순히 하나의 대학을 지키는 것을 넘어, 정부 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상징적인 싸움이 되었습니다.
깊어지는 미국의 분열과 실추되는 신뢰
이 갈등은 미국 사회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하버드를 좌파 엘리트주의의 온상으로 비난하며 정부의 조치를 환영할지 모릅니다. 반면,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은 트럼프의 행보가 권위주의적 통치로 나아가는 위험한 신호라고 경고합니다. 예일대 사회학자 필립 고스키는 트럼프의 등장이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중 선동, 언론 탄압, 사법부 장악 시도 등 권위주의로 회귀할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스턴 대학교의 조나단 재틀린 교수 역시 트럼프가 지명한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개인적 충성심을 바탕으로 국가 권력을 이용해 정적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내부 갈등과 민주주의 원칙의 훼손은 국제 사회에서의 미국의 신뢰도와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던 미국이 자국 내에서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탄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제언: 원칙을 지키는 용기

트럼프와 하버드의 충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권력은 언제든 남용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와 자유는 끊임없는 경계와 저항을 통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하버드가 보여준 저항의 용기는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적 흐름에 맞서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물론 앞으로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 있고, 법적 다툼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결과는 단순히 하버드의 운명뿐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미래, 나아가 전 세계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의 향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원칙과 상식이 승리하여, 미국 사회가 이 갈등을 건강하게 극복하고 다시 통합과 신뢰의 길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출처 : https://edition.cnn.com/2025/04/13/politics/trumps-health-report/index.html